이번 주 격전지의 주제,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대한 논의를 보며 참으로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현실적 방안'과 '자주적 선택'이라는 이분법적 틀 안에서, 우리는 또다시 국익이라는 미명 하에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지 갈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 우리가 직면해야 할 문제는 파병 여부를 넘어, 우리의 국가 역량이 과연 무엇을 '자주적으로 선택'할 수 있을 만큼 강고한가에 대한 성찰이어야 합니다.
국방 예산을 GDP 대비 비중으로 보았을 때, 우리나라는 OECD 평균(2022년 기준 약 2.2%)과 유사한 수준(2023년 기준 약 2.7%)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언뜻 보면 국가 안보에 소홀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가 처한 지정학적 현실과 잠재적 위협 요소를 고려한다면 이 수치가 과연 '자주적 선택'을 뒷받침할 만큼 충분한지는 의문입니다. 특히, 해상 물류의 절대적 의존도를 감안할 때,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핵심 항로의 안정은 단순한 외교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안보와 직결된 사안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군사적 역량이 이 광범위한 해역에서 우리의 국익을 '자주적으로' 지킬 수 있을 정도인지 냉철하게 평가해야 합니다.
파병론의 이면에는 미국과의 동맹 강화라는 현실적인 고려가 깔려 있을 것입니다. 물론 동맹은 중요하지만, 때로는 동맹의 이익과 우리의 국익이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OECD 평균 GDP 대비 사회지출 비율이 21%인데, 우리나라는 14.4%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복지 예산의 상대적 부족은 국방력 증강을 위한 투자를 제약하는 요인이 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우리의 '자주적 선택' 범위를 좁히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안보'라는 명분으로 타국의 요청에 응하되, 정작 우리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투자에는 인색한 것은 아닌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자주적인 선택이란, 외부의 압력이나 영향력에서 벗어나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국익을 결정하고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방력 강화는 물론, 경제 자립도를 높이고 외교적 지렛대를 확보하는 총체적인 국가 역량 강화가 필수적입니다. OECD 통계를 보십시오. 사회적 안전망이 촘촘한 국가일수록 경제 변동성에 대한 대응력이 높고, 이는 곧 자주적인 외교 정책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스웨덴의 경우, 높은 사회복지 지출이 경제적 안정과 사회 통합을 가져왔고, 이는 곧 국제 사회에서의 발언권을 강화하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는 단순히 군사적 지원 여부를 넘어, 우리의 국가 역량과 자주성을 어떻게 정의하고 강화해 나갈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합니다. 감정에 치우치거나 단순한 동맹 논리에 휩쓸리기보다, 냉철한 수치와 통계에 기반하여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주적 선택'을 위한 체계적인 국가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영원히 타국의 논리에 휩쓸려 우리의 국익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맹목적인 외교 정책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이제는 진정으로 '자주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